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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이리스 최고의 매너인 김은주가 이리스 서버 쿠아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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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 이야기는 쉼표가 되기를 바랬지만, 마침표가 된 이야기다.


여전히 쉼표이기를 소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걸하다 친해져


​"뭐가 다 이래 비싸노.. 구걸이나 해야겠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여름, 마음을 굳힌 나는 엘리아스 마을에서 구걸을 시작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고렙들은 직접 사냥해서 돈 벌어라는 충고만 하고 사라졌다. 


어찌 보면 현실적인 충고였지만 오기가 생겼다. 


한참을 구걸했을까.



"님ㅋㅋㅋ 거래 좀"

 

거래창에 올려진 숫자는 1억.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정말 주시는 거임?"

"ㅇㅋ ㅂㅂ"



지친 마음이 달래지는 거금이었다. 



즉시 더 뜯어먹을 생각으로 그녀에게 친구추가를 걸었다. 


그리고 졸졸 쫓아다녔다.



매일 접속하면 안부를 물었고,


쩔을 받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우리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급속도로 친해졌다.



우리의 목표는 유명 비매너


​비매너인으로 점점 유명해지고 있던 무렵, 우리는 비매너 길드를 창설하자고 약속했다.


그에 앞서 누구도 무시 못할 정도로 먼저 강해지자고 했다.


당연한 얘기였다.


약자가 비매너를 하면 우습게 여기는 곳이 라테일 아니던가.


목표 달성을 위해 열렙을 시작했다.



한 여름밤의 꿈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가 심각한 분위기로 말을 했다.


"나 백혈병 진단 받았어 ㅠㅠㅜㅜㅠㅠ"


"ㄹㅇ? 구라 ㄴ"


"진짜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


당황하여 말대답도 못하고 있던 찰나 그녀가 말했다.


요새 좋은 약들이 많아서 수술은 안하고 항암 치료만으로 충분히 나을 수 있다고.


다 낫고 돌아올 때까지 취업도 하고 사람답게 살으라고.


잠깐 쉼표로 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신신당부를 한 그녀는 접속을 끊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연락두절이 됐다.



우리의 이야기는 한 여름밤의 꿈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연락이 두절된 후, 그녀의 말들이 모두 진담임을 직감한 나는 라테일을 접고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마을에서 즉석 퀴즈를 개최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모두 유저들에게 나눠주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인벤토리창은 말끔히 비워져 있었다.


마음이 홀가분했다.


접속을 종료했다.


한참을 책상 앞에 앉아있다가 일어섰다.


니가 말한대로 인생을 살기로 결정했다.



이후 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녀의 당부대로 취업을 했고 사람답게 살았다.



쉼표인가 마침표인가 - 너에게 전하는 글


앞만 보고 살다가 다시 돌아왔다.


라테일엔 니가 없더라.


구걸을 하던 내가, 원조를 하는 레벨이 됐다.


여전히 '매너인'으로 떠들썩한 꼬릿표를 달고 다니고 있다.



너무 더웠던 여름밤에 우리는 갑작스럽게 멀어졌고,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또다시 뜨거운 여름이다.



나는 그때의 여름을 기억하고 다시 돌아왔는데, 


너는 없구나.



아직도 나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로 믿고 있다.


이 글을 보게 되면 연락 주라.



생각보다 너한테 많이 취했었는지 숙취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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