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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14년 전 내가 13살 때, 나와 함께 라테일을 했던 같은 반 첫사랑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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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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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엄청 보고싶거나 그리운 건 아니야.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찾아오듯,

너도 나도 많은 시간들을 지나왔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나는

가끔,

정말 가끔,

1년에 한 번쯤은 너가 문득 생각나곤 해.


너는 나랑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이였고.

난 너를 6개월 동안 좋아했었지.

너는 소심하고 조용했고, 난 장난기 많고 시끄럽지만 부끄럼이 많았지.

사실 친해지기 되게 힘든 사이였는데ㅎㅎ

어쩌다보니 '라테일'이라는 게임을 우연히 같이 하게되어서 친해졌었지.


사실 이 게임을 할생각은 없었어.

너가 한다니까, 너가 좋으니까,

이렇게 라도 공통점을 만들어서 다가가고 싶어서,

나도 한다고 말하고, 그 날 집가서 게임 설치하고 밥도 안먹고 레벨 20까지 키운게 기억나네.

서버는 레비서버였나, 너무 오래되어서 그것까진 기억이 안나지만,

그 와중에 같이 게임할 때 너 지켜주려고, 직업은 기사로 선택한 나도 참 순수했었네.


그렇게 우린 만나서 할 '이야기'가 생기고,

너와 나의 '이야기'도 시작 되었지.


기억나?

너가 살던 아파트랑, 내가 살던 아파트랑 되게 가까이 마주보고 있었던 거,

그래서 우리 같이 저녁에 '게임'하다가,

내가 창밖 보고 너 이름을 크게 부르면,

너는 살짝 창문을 열고 대답했던 거.


아마 그 날, 게임 하면서 잡았던 몬스터가

산악지대의 모울모울 이였나 그랬을거야.

난 그때 레벨 38정도 라서 용경 쾌스트 깨는 단계였지만

너 쾌스트 깨야한다고해서 같이 도와준거라, 나 되게 툴툴대고 그랬는데ㅎㅎ

근데 사실, 혼자 레벨업 하는 거보다

너랑 경험치도 안 오르는 모울모울 잡는게 더 즐거웠어.


그렇게 우린 친해졌고,

너도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것을 눈치챘었지,

물론 너의 친구들, 같은반 친구들도 말이야.


그리고 어느 날 주변 친구들이 너에게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계속 말하자,

조용하고 소심했던 너는 그런 질문들이 민망하고 견디기 힘들었는지,

결심을하고 너의 친구들과 함께 체육시간에 나를 찾아와서

자기를 좋아하냐고 나에게 물어봤지.


주변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나는 부끄러웠지,


그 때의 너도 용기내서 물어본 걸 텐데,

그 때의 나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게 너무 부끄럽고, 친구들의 시선이 민망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었지.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너는 배신감에 그 자리에서 울었고.

나는 후회함에 그날 밤 울었어.


너는 그 날 이후로 연락도 안되고,

게임에 들어오지도 않았지.

물론, 창문밖으로 불러보아도 대답은 없었지.


그렇게 그때의 나는 너에게 어떤 마음도 전할 수가 없었고,

그저 게임 로그인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중학생, 고등학생, 예대생, 군인, 졸업반, 영업사원, 카피라이터, 마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

수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은 27살이 되었고,

지금은 퇴사하고 잠시 쉬며, 오랜만에 너와의 추억이 잠든 이 게임을 다시 켜봤어.


그저, 너를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말하고 싶어.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첫사랑 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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