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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패치 무용론

극단적인 형태로 게임 경제 내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통제하는 이번 조치는 기존에 문제라고 거론되는 다양한 주장들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화폐량을 줄이라는 사람들의 가장 큰 근거는 물가가 너무 높고 그에 반해 재화수급은 어렵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해결은 커녕 그들의 지적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다.

거시경제학과 국가경제론 상의 화폐유통속도 함수 M * V = P *Y에 따라 명목상의 물가수준은 당연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진정한 문제점는 명목 물가수준과 유저 각자가 느끼는 실질적인 부담율은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컨텐츠 1 단위당의 비용을 C라고 한다면 명목 화폐 한 단위 당 컨텐츠 비용은 C/P로서 컨텐츠 비용을 조절하지 않고 통화량만 조절하는 이번 조치(P의 감소, C의 유지)는 유저들의 실질(체감) 컨텐츠 이용 비용을 상승 시킬 것이다.



2. 자산가치의 폭락

기존의 통화공급량을 예상하고 형성된 각종 자산의 가치와 비용들을 심각한 수준으로 왜곡할 것이다.

Investment에서 Term structure of interest rate의 expectation theory에 따르며 자산의 가치는 결국 미래상황예측에 기반한다. 실제 현재 라테일 물가는 기존의 화폐공급량에 기반한 상태에서 형성되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량을 극단적으로 통제해 물가를 떨어뜨린다는 발상은 결국 모든 자산의 가치를 박살내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 몇 일 전에 자산을 구매한 것을 후회하는 글과 대화, 외치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메이플에서 큐브파동과 강환불 사태에서 자산가치의 폭락이 가져다주는 영향을 봤을 것이다. 과연 자신들의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을 '음 그렇구나. 잘했네'하며 받아들일 합리적인 경제 주체가 얼마나 있을 지 생각해봐야한다.


2-1. 재화공급 원천의 중요성을 간과

위와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라테일은 물가나 컨텐츠 이용비용은 상당히 높은데 이번 패치의 명분처럼 재화획득은 상당히 제한된 편이다. 그렇다면 그 간극을 누가 채우는 것인지를 생각해보았는가? 바로 이번에 때려잡고자 하는 '베럭'들이 재화공급의 핵심이다. 


3. 이번 조치의 가정 자체의 문제

우선 회원가입 약관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3가지의 계정을 생산해 엘리 던전을 도는 것에서 문제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을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오늘날의 rpg들은 던파, 메이플, 로스트아크처럼 최대한 많은 계정과 케릭터를 생산하여 재화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하나의 미덕 내지는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역행하는 조치, 유저들이 돈을 쉽게 벌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의 패치를 진행하는 이유나 그 명분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명 베럭이라고 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 그보다 더 이해되지 않는 것은 '5500 이하 레벨의 캐릭터 = 베력'이라는 가정이다. 나처럼 십 수년을 해도 현생이 바빠서 게임을 오래하기 힘들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레벨이 뒤처지는 케이스들이 많을 것인데 그런 부분을 그냥 '베럭'이라는 이름으로 퉁치는 조치 내지는 가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뉴비, 저렙, 혹은 레벨이 높아도 스팩이 안되는 유저들은 이제 지원상자도 없이 3억도 못버는 엘리를 엘던을 수 십개의 부정을 태우며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들의 폐사가 너무나 당연한 상황인데 왜 이런 조치를 했는지 이해가 어렵다



부디 정확한 판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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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에서 본질적으로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통화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부분이다.

기본 전제가 틀렸다고 여겨진다. 사실, 통화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운영자는 무지성적으로 획득량을 반토막내지 않았다.

수입이 줄어든 것은 오직 초월 5000~6000 미만의 저레벨 유저들 뿐이다.

물론 여기서 손해를 보는 사람에 저레벨 유저가 해당함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냥 레벨을 올리면 되는 것이다.

실제 사례로 계정 생성 한달만에 9999를 찍은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2~3달이면 충분히 6000, 7000 레벨이 가능하다.

애초에 이 게임은 레벨 올리기가 쉬운 게임이다. 한 계정에 애정을 쏟는다면 애초에 레벨업 자체가 어렵지 않기에 잠시 고생하면 다시 수익이 돌아온다. 아니, 이전보다 더 늘어난다.

이 패치로 크게 오열할만큼 손해볼 사람은 생각해보면 다계정밖에 없다. 아무리 레벨업이 쉬워도 다계정을 초월 7000씩 찍으려면 죽어나가겠고, 이것이 이 패치의 노림수이니.


경제학 이론 몇줄 적어보이고는 있으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우선 현실에선 자본은 순환한다. 누군가가 얻었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게임의 경제는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본은 맨 땅에서 솟아나고, 공중분해된다.

우리가 인챈트에 3억엘리를 쓴다고 대장장이 npc가 그 돈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먹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창조와 소멸의 밸런스를 맞추지 않으면, 과하게 창조되거나 소멸하여 밸런스가 붕괴된다.

현실과 달리 자연스럽게 순환이 일어나는 구조가 아니기에. 어떠한 주체가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밸런스를 조정해주어야 한다.

심지어 현실에서조차 경제가 불안정하면 정부가 개입하는 판에, 게임 내에서 정부에 해당하는 게임사의 적극적인 경제 개입은 더더욱 필수적임이 자명하다


물가가 이리 높은데 돈을 못 가지게 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지적은 그 물가자체가 다계정으로 인해 경제가 붕괴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외면했다.

저 글에서 하는 이야기는 현학적으로 적었으나 결국 원하는 바는 쉽게 요악하자면

"어 물가가 높으면 돈을 찍어내서 뿌리면(게임의 경우, 재화가 잘 벌리도록 유지) 되는 거 아님? 그게 가난한 사람들(게임의 경우, 뉴비)에게도 이로운 거 아님?"이다.

오히려 그런짓을 했다간 모두가 익히 알듯 경제가 파멸하여 망한다. 

앞서 게임과 현실이 상황이 다름을 이야기했으나, 현실 경제논리를 들이밀어도 틀린 말인 것이다.

현실에서도 인플레가 심해지면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너프먹인다.

대출 영끌한 사람들이 손해보지 않냐고 아우성치는 목소리가 있어도, 손해를 감수하고 강행해야 한다.

그저 게임에선 세금이나 대출/이자 개념이 없으니 이렇게 조금 직접적으로 주고 빼앗는 방식이 된 것 뿐이다.


뉴비에게 손해를 입힌 운영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손해를 감수할 상황까지 몰고 간 다계정의 책임인가? 

이번 패치로 인해 아쉬울 수는 있어도 운영자의 탓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다른 게임에서 배럭이 미덕이라는 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게임은 잘 알지 못하나, 메이플은 특정 던전에서 레벨업 효율적으로 하니 그곳의 경험치를 너프먹이고 특정 돈벌이나 아이템이 많이 획득되니 그걸 너프먹여서

강제로 노가다를 해야 하는 게임이 아닌가. 그것을 미덕이라 하며 이 게임에서도 그런 방식을 해야 한다는 게 과연 타당한지?

어쩌면 그냥 다른 게임들이 미쳐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게임이 게임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배럭을 돌리는 작업장이 되어 노동을 하고나서 집에 돌아와 다시 노동을 해야 하는 곳이 된다.

이것이 [미덕]일까? 계정을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배럭에 뛰어들어야 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은, 진정으로 뉴비를 위한 충고인가?

게임은 게임으로 보길 바란다. 작업장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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